2025 가을 유럽여행
- Haegon Kim
- 4 days ago
- 4 min read
프롤로그
아내와 둘이서만 출장 겸 여행을 갔다. 그것도 멀리. 첫째가 운전을 시작한 후로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여행은 둘이서 다녔지만, 이번엔 일주일 동안 뮌헨, 베네치아, 프랑크푸르트를 다녀왔다. 준비할 때는 설렘이 컸는데,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조금씩 더 커졌다. 반면 아이들은 점점 더 들떠 보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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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30
아침 일찍 뮌헨에 도착했다. 중앙역 근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근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 이후 2박 3일 동안 매일 아침 이곳을 찾았고, 곧 런칭할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 @ A Little Lost잠깐 낮잠으로 여독을 풀고 마리엔광장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마켓을 둘러본다. 22년 전과 변함없는 호프브로이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또 다른 식당에서 토론토 청년과 합석해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 Hofbräuhaus München & Augustiner Stamm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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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
12월 첫째날 아침, 역시 같은 까페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퓌센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노이슈반슈타인성까지 마차를 타려고 했는데, 전날 내린 눈 때문에 버스가 다니지 않아 마차를 타려고 하는 줄이 길었다.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천천히 걸어 올라갔는데 그러길 참 잘했다. 날씨로 인해 마리엔다리는 갈 수 없었지만, 내려오는 길 중간에 글뤼바인과 갓 만들어진 따뜻한 작은 도넛을 즐기니, 모든 것이 아름답다. 알프제 호수까지 둘러보고 우여곡절(?) 끝에 뮌헨에 돌아오니 저녁 9시가 넘었고, 그땐 이미 대부분 크리스마스마켓이 문을 닫은 후였다. 하지만 이 또한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하심이라. 구글맵으로 찾은 바로 옆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크리스마스마켓이 늦게까지 했다면 이 곳을 놓쳤을 것이다! @ Wildmosers Restaurant-Cafe am Marienplatz -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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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
같은 까페에서 하루를 시작한 후, 뮌헨의 늦가을 거리를 함께 걷는다. 걷다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 황급히 주변을 찾다가 어느 박물관에 들어가게 된 건 안비밀 ㅎㅎ 오후 1시즈음 베네치아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는데, 공항입구에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려있다. 츄로와 호빵처럼 생긴 빵에 바닐라크림 듬뿍,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글뤼바인의 향기를 입안에 채우고 베네치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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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광장 근처에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더니 샴페인 한잔을 권한다. 체크인 전 이런 절차(?)는 처음이라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샴페인이 주는 상쾌함에 금방 적응한다. 방에 도착해 창문을 여니 운하가 보이고, 베네치아의 향기가 가득 들어온다. @ Hotel Mor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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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포토존이다. 친구와 3년 전에 갔던 식당이자 내 유럽병이 시작된 그 자리에서 이번엔 아내와 함께 해산물파스타와 봉골레, 하우스와인을 즐긴다. 식당주인이 나와 내 친구를 기억한다. 3년 전과 같이 이번에도 Arrivederci (see you again!)로 인사를 남기며 그곳을 나온다. @ Trattoria Da Mimmo Vene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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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은 시간이라 일부 식당들만 문이 열려 있고, 산마르코광장도 아주 조용하다. 이 시기에만 있을 법한 조용한 늦가을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밤을 즐기다 밤 10시경에 호텔로 돌아온다. 근데 뭔가 좀 아쉽다. 근처 평점이 좋은 식당을 찾아 그날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간다. @ Hostaria Osottoosop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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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3
에스프레소는 이미 네 잔을 마셨다. 아침햇살을 맞으며 리알토를 거쳐 산마르코광장까지 걷는다. 까페 플로리안에서 핫쵸코와 아포가또로 당을 채운 후, 곤돌라를 타고 발길이 닿지 못하는 곳으로 향한다. 발걸음 가는 대로 걷다가 들리고 싶은 까페에 들러 부르스케타, 이탈리아식 샌드위치, 여러 디저트들 그리고 그 가운데 절대 빠질 수 없는 아페롤과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계속 주점부리(?)를 해도 저녁 때가 되면 많이 걸어서 그런지 출출해 진다. 친구가 추천한 식당에 들러 밤 운하를 바라보며 해산물파스타와 먹물파스타, 해산물튀김을 와인과 함께 즐긴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티라미수의 비주얼에 주문을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 Trattoria Bar Pon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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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페이스타임으로 통화하는데 너무 해맑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 단다. 저녁 때 짜파게티, 버섯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면서 사진을 보내온다 ^^ 아이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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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4
부라노섬으로 간다. 멀리서도 자기 집을 잘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색깔을 입혔단다. 3년 전 친구와 갔던 레스토랑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는다. 권해주는 대로 오더를 했더니 코스급 요리가 나온다. 끝난 줄 알고 남은 와인도 쭉 마셨는데, 메인(?)이 나온다… 배는 부르지만 속은 편하다. 참 신기하다. @ Tattoria da Pri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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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5
느즈막한 브런치를 즐긴 후, 마지막 여정지인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 호텔에 체크인 하자마자 친구 가족을 만나러 밖을 나왔더니 주변이 온통 크리스마스마켓이다. 뮌헨의 몇 배나 될법한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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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6
아침 일찍 우선 커피 한잔을 하러 방에서 나온다. 누가 그랬던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침에 일어난다고. 호텔 근처에 역사를 자랑하는 Wacker's coffee 에서 Flat White를 마셨는데 방금 인생커피를 마셨다! 아내가 나는 앞으로 우유스팀을 extra hot으로 해서 마시라고 한다. 나는 아침에 에스프레소 2샷에 스팀우유가 라떼보다 적게 들어간 커피를 좋아하는데, 스페인에서는 Cortado였고, 독일에서는 Flat White가 Cortado와 비슷하다. 방금 마신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같은 원두 500g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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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F 매장에 들러 가성비 좋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고, Lindt매장에 들러서 독일에서만 볼 수 있는 초콜릿 몇 개를 담는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서 크리스마스마켓에서 파는 먹음직한 음식들을 글뤼바인과 함께 마신다. 한가지 신기한 건 내가 원래 와인을 몇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편인데, 글뤼바인은 3컵을 마셔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다. 아내도 신기하다고 한다. 닭꼬치, 소시지, 감자전, 뮌헨공항에서 처음 맛 보았던 호빵에 바닐라크림, 그리고 무슨 계피가루와 갈릭/치즈를 뿌려진 쫄깃한 팬케익을 먹고, 소품구경을 하면서 다니다가 뢰머광장에서 오늘 저녁에 레끌렛 후 먹을 디저트를 산다. 친구네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끊임없이 기포가 올라오는 Taittinger 샴페인 그리고 Saint-Émilion와인으로 마무리하는 코스를 준비해 주어 여행의 마지막 밤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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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여행을 할 때마다 공부가 참 많이 되고 또 일상에 감사하게 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3년 전에 아무 생각 없이 친구 보러 프랑크푸르트에 왔다가 함께 베네치아를 여행한 이후, 20대 초반의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 후로부터 딸아이 한 명씩 데리고 봄가을마다 일주일씩 여행을 떠났다. 둘째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이과수폭포, 바르셀로나-마드리드, 첫째와는 도쿄-서울-오사카, 가족여행으로는 작년에 파리를 시작으로, 올 봄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크루즈 여행을 했다. 그래서 아내와 나 둘만의 여행을 계획했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릴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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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행은 가슴 뛸 때 해야지, 그 때를 놓치면 다리 떨릴 때 하게 된다고. 나는 딸이 둘이다. 우리 딸들이 나중에 결혼을 해서 중년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가꾸며 아름답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도 계속 그렇게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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