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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완전수는 ‘2’인것 같다. 연인이든 친구이든 부부이든 가족이든 우선 둘이면 방 하나로 함께 지낼 수 있다. 여러가지 음식을 맛보고 싶을 때 혼자서 세가지를 시키기에는 부담이 되지만, 둘이서는 딱 적당하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즐길 때 맛도 두배가 되고, 아름다움도 두배가 된다. 어쩌다 택시를 타도 요금은 같다. 혼자이면 자유롭지만 외로움을 대가로 치러야 하는 반면, 마음 맞는 사람 둘은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으면서 외롭지 않다. 둘이 가면 혼자 갈때보다 여행경비는 2배 이하이지만, 만족도는 2배 이상이어서 가성비가 좋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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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미국에 와서 출장/당일치기 빼고 혼자 딱 두번 멀리 여행을 갔는데 (승희야 맞지? ㅋㅋ), 한번은 2013년 9월 말에 수워드라는 알래스카의 작은 도시로, 다른 한번은 2022년 11월에 프랑크푸르트와 베네치아였다. 혼자서 알래스카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에는 정말 심심했다. 싱싱한 연어를 맘껏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알래스카의 작은 도시는 9월이면 비수기가 되면서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 내가 먹은 연어라고는 수퍼마켓에서 파는 말린 연어가 전부였다. 20대 때 여러 배낭여행을 했던 경험으로 유스호스텔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비수기 알래스카의 작은 도시 내 유스호스텔은 너무나도 한산했다. 일주일 여행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웠지만 너무 외로워서 오죽하면 빨리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 정도였다. 너무 외로우니, 독서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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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여행은 작년 11월에 군대동기와 함께 갔는데, 맛집도 돌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쇼핑도 하고, 말도 군대에 있을 때처럼 서로 까면서 편하게 하니 좋았다. 그리고 올해 5월에 작은 아이가 나의 아르헨티나 여행 당일날 조퇴를 하더니, 따라가고 싶다고 해서 갑자기 조인하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나의 온전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아르헨티나에서 보낸 열흘동안 평생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다. 혼자서 여행했다면 당연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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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 온가족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4인 가족이 하나랍시고 계속 뭔가 같이 하려니 부딪히는 것들이 많았다. 어떤 것을 먹느냐는 것부터 부딪혔다. 나는 냉면이 먹고 싶은데, 큰 아이는 모밀국수, 작은 아이는 설렁탕, 아내는 김밥+떡볶이가 먹고 싶단다. 결국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은 푸드코트 아니면 김밥천국이다. 하고 싶은 것도 다르다. 작은 아이는 옷과 악세사리 구경을 좋아하고, 큰 아이는 미술관과 다이소를 좋아한다. 달라도 여간 다르지 않을 수 없다. 이거 하고 담에 저거 하자고 하면, 사춘기 아이들은 fair 한것 같아 동의하면서도, 막상 본인이 원하는 것이 아니면 그 시간에 표정과 태도에서 드러나 그걸 바라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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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우연히 큰 아이와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우선 청와대 옆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갔다. 큰 아이는 거기서 천천히 세시간을 보내더니 이제 기분이 좋단다 (나는 평생 그 이유를 모를 것 같다 ㅋ) 기분이 좋아진 이 사춘기 아이는 한낮 더운 날씨에 밖을 걷는 것을 엄청 싫어하면서도 선뜻 안국역까지 걷겠단다. 걸으면서 중간에 까페에 들려 빙수도 먹고, 명동에 가서 다이소도 한참 구경하고 명동교자에서 레알 칼국수도 먹으며 같이 시간을 보내니, 사춘기 아이와 윈윈하면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몰려왔다. 그동안 아내는 작은 아이와 함께 고속터미널에서 옷 구경도 하고 악세서리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단다. 그야말로 따로 놀았지만 온가족이 모두 만족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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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결심했다. 앞으로 휴양지가 아닌 미국 밖을 여행할 때에는 온가족이 아니라 꼭 둘이서만 가야겠다고. 이 아이들은 커서 자연스레 곧 우리 곁을 떠날 것인데, 몇년 남지 않은 지금 이 시기가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 수 있는 귀한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나 없이는 무서워서 한국이 아니면 따로 외국여행을 못하겠단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6개월에 한번씩 한명만 데리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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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는 걷는 것을 즐기며,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것과 쇼핑을 좋아하고, 마시는 물에 민감하지 않으며, 학교 빠지는 것을 좋아해서 비수기에 유럽을, 애니매를 좋아하는 큰 아이는 깨끗하고 친절한 동네를 선호하고, 고등학생이고 진정한 모범생 스타일이라 내년 여름방학 때 일본을 가기로 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큰 아이는 시부야와 유니버셜스튜디오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니, 작년에 LA로 가족여행을 하면서 유니버셜스튜디오를 이미 다녀왔고, 게다가 이틀권을 끊고도 재미없다며 하루도 채 놀지 않았는데, 왜 하필 일본까지 가서 거길 가고 싶냐고 물으니, 포켓몬은 거기에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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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여행계획을 미리 세워두니 좋은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항공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여행가는 날이 가까워지면 거기에 맞춰서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슬로우다운 시키게 된다. 바쁜 일상 중에서도 다가오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두번 짜증 낼 것이 한번으로 준다고나 할까 ㅎㅎ). 그리고 나는 스페인팀, 아르헨티나팀, 도쿄팀 등으로 아이들과 아침인사를 하면서, 다가올 여행을 함께 기대하고, 다녀온 여행은 함께 추억하며 자녀와 자연스럽게 한팀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냥 사춘기 자녀들과 보다 가까워지려고 하는 나만의 소소한 애정표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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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업체에 수리를 요청했더니, 50대 정도로 보이는 기술자가 왔다. 그분은 9/11 테러 당시에 세계무역센터 건물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데, 대화를 하던 중에 본인이 한평생 가장 잘한 일이 사이가 좋지 않던 아들과 둘이서 한달간 유럽여행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아들은 이제 장성해서 출가했지만, 여행 이후에 아들과 사이가 너무 좋으며 늘 그때의 여행을 함께 추억한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참 감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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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여행할 때는 여유있게 일정을 잡는다. 내가 어렸을 때 했던 그저 찍고 오는 여행이 되지 않길 바라며, 한 도시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 식당에 가서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 110% 만족했다면, 그 음식을 잘하는 새로운 맛집을 찾기 보다는 그냥 갔던 식당을 또 간다. 어차피 한정된 시간에 모든 것을 경험해 볼 순 없다. 그리고 에어비엔비 Experience를 통해 여행을 풍요롭게 해줄 배울거리들을 함께 정한다. 그리고 자녀가 시차로 인해 힘들어하거나 또는 혼자서 핸드폰을 하고 싶어할 때는, 그냥 숙소에서 쉬게 하고 나혼자 잠시 퀄리티타임을 하고 온다. 이때 나는 개인적으로 경험해 보고 싶은데 아이는 싫다고 했던 것을 하거나 (예를 들어 공원산책 등),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그 시간동안 아이도 나도 재충전이 되어, 우리는 함께 다음 여정을 이어나갈 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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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행복한 결혼생활은 상대와 얼마나 잘 지낼수 있느냐가 아니라 불일치를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는데, 이는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격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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