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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 여행

1차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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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도쿄로 가는 신칸센에서 글을 쓴다. 큰딸 지민이와 2주간 도쿄-서울-오사카 여행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가는 여정이다. 지민이와는 성격이 맞지 않아 (아니 뭐 같은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가?) 여행 가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역시나 오길 잘했다. 물론 여행하는 동안 부딪히는 일들도 수차례 아니 매일 있었고, 위기(?)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모두 부모인 나의 욕심으로 인한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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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녀오면 방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이제 고2를 맞이하는 이 아이가 어느날 일본을 가고 싶단다. 미국 중소도시에서 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가한 이 아이에게 생활걸음은 하루에 아마 2-3천보 안팎일거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 여행하면서 새로운 장소에서 함께 부딪히고, 로밍 없이 세개의 대도시에서 지하철을 바꿔타며 한여름에 하루평균 25,000보를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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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여행을 갈때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맛집을 찾아 다니기 보다는, 배고프면 그냥 편의점에서 몇 번이고 먹는다. 시차적응이란 단어는 여행 중에 없다. 도쿄에 도착해서 첫 3일동안 오후 1-2시에 취침을 하시더니, 새벽 1-2시에 일어나 편의점을 간다. 이런 1차원 여행이 어쩌면 이 아이에겐 여행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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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나카노라는 곳에 에어비앤비를 잡았다. 와서 보니 나카노는 완전 gem이었다. 신주쿠나 시부야가 관광지라면, 나카노는 찐로컬 느낌이랄까? 여러 여행 유튜버들도 이 나카노란 지역은 소개를 안하고 있는데, 나는 만약에 다시 도쿄를 여행 온다고 해도 이 나카노에 숙소를 잡을거다. 나카노역에서 북쪽출구로 나오면 길게 이어지는 골목골목길마다 이자카야들이 즐비하다. 한 골목에서 Lou라는 까페를 발견했는데, 아이가 대낮에 밤잠(?)을 자고 있을 때 나는 이곳에 와서 LP 음악을 들으며 나홀로 여유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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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오다아바에서 밤에 페리를 타지 않아도 괜찮다. 미식의 천국 일본에 와서 편의점에서 몇끼를 먹어도 괜찮다. 낮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 또 편의점에 가도 괜찮다. 이른 아침 5시경에 첫 지하철로 신주쿠에 오니 참으로 한적하다. 편의점 말고는 문을 연 곳이 없어 시부야까지 아침산책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소바 맛집에 들리는 복을 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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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째 되던 날, 아이가 새벽에 날 깨우더니 느닷없이 츠키지 수산시장을 가잔다. 가서 알았다. 츠키지 수산시장은 더이상 수산시장이 아니라 식당/상점가라는 것을. 그리고 대부분 오전 10시에 문을 연단다 ㅋ 하지만 그곳에서 24시간 영업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먹는 맛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조금 일찍 문을 연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존 레넌이 좋아했다고 하는 한 까페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도 즐긴다. 이 까페는 아이스크림 사이즈를 후지산, 에베레스트산 등으로 표기를 하는데, 후지산을 한번 먹더니 다시 에베레스트산을 시켜 먹는다. 내가 후지산의 절반을 뺏어먹었다나… (애들꺼 뺏어먹는 아이스크림이 늘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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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도쿄의 한적한 도심 사이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이 아이가 갑자기 나에게 이런 말을 건낸다. 일본사람들은 미국과 다르게 걸으면서 시선을 맞추지 않는단다. 미국에서는 걸을 때 시선을 맞추면서 인사를 한다거나 해야했는데, 일본에서는 그러지 않으니 너무 편하고 좋단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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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신칸센은 빠르다. 정거장 편의점에서 산 장어덮밥 하나 먹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글을 쓰다가를 몇번 반복하니 어느새 거의 다 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다사다난 했던 2024년 상반기를 정리하며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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