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목구멍 - 1편 of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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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이과수 당일치기 여행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와, 뜨거운 샤워를 하고 편히 잠을 잔 후 이른 아침에 빨래를 돌리면서 커피한잔… 아니 두잔을 하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왜 그런지는 3편에서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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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악마의 목구멍’이라고 들어보았는지? 아르헨티나쪽 이과수국립공원에 가면 세가지 코스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악마의 목구멍이다. 원래 이름이 거창하면 실제론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니 이건 뭐 직접 가서 봐야지 글로는 설명불가다. 악마의 목구멍, 진짜 이렇게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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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내선 터미널의 한 커피바에서 물 한병과 커피한잔을 주문한다. 내가 얼마인지 몰라 쳐다만 보고 있으니, 내 손에 들고 있던 1500페소를 빼내어가고 150페소를 돌려준다. 물 한병에 600페소, 커피 한잔에 750페소였다. 어리버리하게 있다가 코 베인 느낌으로 물과 커피를 들고 나오는데, 자판기에 물 300페소가 쓰여있는 걸 보면서 살짝 속이 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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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딩 후 셔틀을 타고 비행기가 있는 곳까지 간다. 나를 아무 생각 없이 따라온 이 아이는 대통령 전용기 보듯 그저 마냥 신기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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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후에 이과수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가 잘 착륙하니, 승객들이 박수를 친다. 역시 남미에 오면 아이처럼 순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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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고, 국립공원과 멀지 않으니 밖으로 나가면 버스든 셔틀이든 뭔가 보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출구를 따라 나왔는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건 택시기사님들. 내가 왜 이분들에게 버스가 어디있냐고 물었는지. 마인셋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택시기사 한분에게 코를 베라고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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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날 밤에 유튜브와 구글검색을 하면서 최근 입장료를 분명히 확인했는데, 국립공원 간판에 붙어있는 금액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의 3배… 무거울까봐 약간의 예비비를 제외하고는 약간의 현금만 들고왔는데 아까 택시비도 그렇고 살짝 걱정이 된다. 유튜버가 공원 내에 분명 물을 채울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해서 물병만 들고 왔는데 아무리 봐도 없어서 물어보니 화장실로 가란다. 화장실 물이 나쁘진 않았지만, 여행 중에 아프면 안되니 500페소를 내고 물 한병을 받아온다. 계속 코가 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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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악마의 목구멍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것이 잊혀지고 그저 그 장엄한 광경에 할말을 잊는다. 택시비, 입장료, 물값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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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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